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게 된 채상병씨가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 출범식’의 참석자들에게 카페 대표 메뉴인 팥빙수를 나눠주고 있다.
민간과 공동 출자로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 설립
“선서! 고객이 감동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반듯하게 다린 베이지색 셔츠에 갈색 앞치마를 두른 백발의 바리스타는 오른손을 들고 힘있게 외쳤다. 얼굴에서는 새 출발의 설렘이 묻어나왔다. 30여명의 동료와 함께였다. 바리스타와 요리사, 판매직 등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이들은 1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출범한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일자리주식회사) 소속이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성동구가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성동구는 이 회사 설립을 위해 지난해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5월 주민 참여를 위한 민간 출자와 보건복지부 고령자친화기업 공모 선정을 거쳐, 지난달 법인 설립 등기와 사무직원 채용, 어르신 채용 등을 마쳤다. 설립출자금 3억원의 30%인 9000만원은 민간 출자 공모를 통해 마련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주식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어르신을 고용하면 구의 지속적 재정 투입 없이 회사의 수익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사업은 어르신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선택됐다. 만두와 찐빵, 꼬마김밥 등 어르신들의 손맛이 담긴 먹거리 분야와 카페 운영 사업, 평생학습관 등의 구 행정재산 관리 등이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일하기에 적합한 다양한 근무형태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식품 관련 제조·판매 사업과 카페 운영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응은 뜨겁다. 5년 전 은퇴해 이달부터 카페 1호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채상병씨(63)는 일자리주식회사에서 커피를 처음 배웠다. “카페 일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바리스타 교육 준비를 다 해놓았더라고요.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요. 집에서는 커피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커피의 양 조절, 맛 조절을 배웠습니다. 손님 접대도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노력해야죠.”
일자리주식회사 소속 어르신들은 생활임금을 적용받는다. 성동구의 2017년 생활임금은 시간당 8110원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동과 금천, 동작구(8197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서울숲 내 언더스탠드에비뉴의 만두가게에서 하루 4시간씩 격일(3교대)로 일을 하는 경우 한 달 40만원의 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성동구는 일자리주식회사 출범에 앞서 카페와 분식점, 매점 등 분야에서 어르신 42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연말까지 30여명을 추가 채용해 총 100여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업분야를 다양화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해 2021년까지 매년 100여명씩 고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성동구와 민간이 함께 출자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플랫폼”이라며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 지금까지 일자리로부터 배제되어 온 성동 주민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경향신문]
Comments